다문화가족 탈학교 자녀들을 품은 대안학교,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
다솜고등학교는 다문화가족 탈학교 자녀들이 사회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기술교육 중심의 고등학교 과정 3년제 대안학교다. 2009년 당시 국제결혼 가정 자녀 수는 10만 3,000명에 달했으며, 그 중 취학 연령에 해당하는 자녀 4만 2,676명 중 17.2%는 외모나 서투른 한국어 능력,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가정 형편 등으로 학업을 중도 포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사회진출을 앞둔 탈학교 자녀 수는 약 2,000명으로 확인되어 이들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손실이라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었다. 거기에 사회통합위원회가 벌인 예비수요조사 결과 조사대상인 탈학교 청소년의 81.7%가 대안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들을 위한 학교 설립의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가정 형편 등으로 중도에 학교를 그만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해 사회통합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교육청이 공립 대안학교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것이 다솜고등학교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들 4개 기관은 2010년 12월 20일에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서울다솜학교 설립 절차를 추진해 나갔다. 이후 사회통합위원회는 제2의 다솜학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두 번째 설립 예정지로 2010년 2월 폐교한 한국폴리텍Ⅳ대학 제천캠퍼스 부지를 유력하게 검토했다. 그리하여 2011년 7월 12일, 사회통합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 고용노동부, 충청북도교육청이 충북 제천 다솜학교(2016년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로 교명 변경) 설립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의 본격적인 설립 절차가 시작되었다.
2012년 3월 2일, 충청북도 제천시 강제동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개교식에는 신입생 45명을 비롯하여 김황식 국무총리, 송석구 사회통합위원장을 비롯한 지역 인사가 참석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축사를 통해 “국제화 시대의 다문화가정 자녀는 누구보다도 성공 가능성이 큰 21세기형 인재”라면서 “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기숙형 기술대안학교로 운영되는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는 산업현장의 인력 수요와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기계·설비·전기를 다루는 컴퓨터기계과, 플랜트설비과, 스마트전기과 등 3개 학과를 개설했으며, 양질의 기술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업 지원 서비스를 통해 졸업과 함께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아울러 학생들의 입학금과 수업료, 기숙사비는 전액 국비로 지원하며, 기술뿐만 아니라 언어·사회적응 교육을 통해 실질적인 생활안정 능력과 한국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한국 사회에 녹아들기 위한 교두보가 되어
15만여 명에 달하는 다문화가정 자녀 중 국내 중도입국 자녀는 5만 명으로, 이들 중 대부분은 본국에서도 빈곤 가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어도 서툴고 가정 형편도 어려워 집단 따돌림으로 학교 부적응을 겪거나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어려서부터 방치되어 삶의 의욕을 잃은 경우도 많다. 이들을 칭찬해 주고 격려하며, 나아가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역할이 지대한 상황이었다. 기술교육 전문가인 이상덕 교장은 개교 한 달 전부터 제천에 내려가 기숙사 리모델링부터 방과 후 교육 정비까지 일일이 챙겼고, 교사들도 한국국제협력단 해외 봉사를 다녀왔거나 대안학교에서 일했던 실력 높은 교육자들이었다.
이러한 교사들의 노력은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발굴로 이어졌다. 가장 중점적으로 실시한 것은 바로 ‘체험 중심 창의 인성 교육프로그램’이었다. ‘하나+하나=나우리’라는 주제 아래 성취감과 자신감·도전·배려·어울림을 한데 묶은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여 학생들이 스스로를 극복하고 공동체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더욱 나은 사회진출을 돕는 동시에, 인성교육을 통해 높은 자존감과 심리적인 안정감을 배양하는 성취를 거두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다솜고등학교는 가장 먼저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한국어 연극캠프를 운영했다. 개교 후 첫 여름방학을 맞이한 때, 결혼이주자 자녀로서 우리나라에서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말이 서툰 학생들이 한국문화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동시에 다양한 가정환경을 가진 학생들이 마음을 열도록 기획된 캠프이다. 학생들은 한국어 수준에 따라 3단계로 편성되어, 놀이와 연극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과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자리를 가졌다.
또한 2013년 10월 2일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제1회 전국다문화아리랑경창대회’에 참가한 다솜 아리랑중창단이 대상을 수상했다. 다솜고등학교 학생 15인으로 구성된 다솜 아리랑중창단은 한 달여의 열의 넘치는 연습을 거쳐 관객들 앞에서 정선아리랑·진도아리랑 등 아리랑 모음곡을 한국적 율동과 함께 선보여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감을 안고 있던 학생들에게 큰 자신감을 불어넣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다솜고등학교는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2014년부터 교내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열어 학생들이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될 한국어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했다.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10명의 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할 기회를 얻었고, 또한 한국어 공부에 대한 동기유발과 자신감 있는 자세를 함양할 수 있었다. 2013년 첫 행사 이후로 교내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에서 매년 열리는 상징적인 행사가 되었다.
2014년, 다솜고등학교는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되어 현재 국적 취득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이민자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적응하고 자립하는 데 필요한 한국어와 한국 사회 이해 교육을 법무부장관이 지정한 운영기관에서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이수한 이민자에게는 체류 허가 및 영주자격·국적 부여 등 이민정책과 연계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국적 문제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어온 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거듭한 결과 학생들은 대외적으로 조금씩 노력을 인정받고 수상 실적 또한 늘어났다. 제천산악연맹이 주관하는 제19회 금수산 전국산악마라톤대회에 참여하여 1, 2위를 휩쓰는가 하면, 삼성꿈장학재단 출범 10주년 기념 공모전 UCC 분야에 참여하여 최우수상을 거두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다솜고등학교는 2016 전국다문화가족네트워크 대회에서 다문화가족 사회통합 유공을 인정받아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회 속에서 다양한 체험으로, 다솜고등학교
2017년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와 EBS가 ‘나의 꿈 나의 직업’이라는 주제로 공동 개최한 ‘제1회 꿈박꼭질 스토리텔링대회’에서 다솜고등학교 팀이 최고의 영예인 EBS 대상을 차지했다. 다솜고등학교 팀은 꿈 많고 고민도 많은 청소년의 심리를 담은 만화를 제출하여, 스토리 구성과 그림 솜씨가 뛰어나다는 호평을 들었다. 또 같은 해 5월에는 세계인의 날을 맞이하여 다솜고등학교가 ‘세계인의 날과 유네스코 학교가 만나다’를 주제로 연합행사를 개최했다. 이 연합행사는 제천지역 유네스코 학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는 축제의 장으로, 유네스코 핵심가치인 평화와 인권,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 문화 간 학습의 의미를 새기는 소통과 만남의 장이 되었다.
이어 2018년 개최된 제1회 제천청소년영화제에 출품한 다솜고등학교 학생들의 다큐멘터리 ‘잘 먹었습니다!’가 대상인 ‘행복교육상’을 수상했다. 제천청소년영화제는 청소년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와 지역이 만나는 제천지역 최초의 청소년영화제로, 다솜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 식당 영양사 선생님과 조리 선생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 다큐멘터리로 대상을 수상한 동시에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13년 첫 행사를 치른 이후로 매년 행사를 이어온 교내 한국어 말하기 대회의 성공적인 교육 효과를 확인한 다솜고등학교는, 2018년부터 참가 대상을 전국으로 넓힌 ‘전국 다문화가정 중도입국 청소년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했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구 구성원은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국내 다문화 가구 수는 2018년 기준 33만 4,856가구에 달한다. 그런 상황에서 다솜고등학교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 동안 3학년 학생들의 국가기술자격증 취득률이 100%를 상향했으며, 대부분 2~3개의 자격증을 동시에 취득했다. 80% 이상이 취업 또는 대학 진학의 성취를 거두었고,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중도입국 또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 좋은 대안을 제시했다.
앞으로도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는 여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중도입국 또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진로 문제를 기술교육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며, 안정적인 사회진출이라는 꿈을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꾸준히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